태양계 행성은 왜 같은 평면상에서 공전하는 것일까.

같은 공전면 위에서 태양을 공전하는 태양계 행성의 상상도.(출처 : MarkGarlick / Science Photo Libraryvia Getty Images)

태양계 행성은 왜 같은 평면상에서 공전하는 것일까.

태양계 모델을 본 적이 있다면 태양, 행성, 위성, 소행성이 거의 같은 평면상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모든 행성과 소행성은 태양과의 거리는 각각 다르지만 같은 공전면 위에서 태양을 공전한다.

왜 그럴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약 46억 년 전에 태양계 탄생 현장으로 시간여행을 가야 한다.

그 무렵에는 태양계는 존재하지 않았고 앞으로 태양계를 이룰 거대한 ‘태양성운’이 있었을 뿐이다.

지난 9월 21일(현지시간) ‘라이브 사이언스’와 인터뷰한 하와이대 천문학자 네이더 허그하이푸어의 설명에 따르면 당시 태양 성운은 먼지와 가스로 이뤄진 거대한 회전 구름이었다.

성운의 크기는 무려 1만 2천 AU(천문단위)에 달했다.

1AU는 지구-태양 사이의 평균 거리로 약 1억 5천만 km이다.

그래서 성운의 크기는 1조 8천억 km이고 0.2광년이나 된다.

이 거대한 크기의 구름 덩어리는 우주 먼지와 가스 분자로 가득한 존재였는데, 이것이 자체 질량으로 중력 붕괴하면서 수축하기 시작했다고 허그하이푸어는 말했다.

먼지와 가스구름이 붕괴되고 회전속도를 높여가자 두리번거리던 구름덩어리가 점차 평평해졌다.

파이 반죽을 빨리 회전시키면 평평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런 현상이 바로 초기 태양계에 일어난 것이다.

이처럼 성운 원반이 빠르게 회전하면 그 중심에서 가스 분자는 엄청난 압력으로 굳어져 가승볼을 만들어 계속 온도가 급등하게 된다고 허그하이푸어는 설명한다.

이윽고 온도가 천만도를 돌파하면 중심부에서 하나의 사건이 일어나는데, 바로 수소가 융합해 헬륨을 만들어내는 핵융합 반응이 시작되는 것이다.

수소원자 4개가 만나 헬륨 핵 하나를 만드는 과정에서 약간의 질량이 에너지로 바뀌는데 아인슈타인의 그 유명한 공식 E=mc^2에 의해 이곳에서 막대한 핵에너지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때 가스볼은 중력 수축을 멈춘다.

가스볼 외곽층 질량과 중심부 고온-고압이 평형을 이뤄 별 전체가 안정된 상태에 놓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바로 빛을 발하는 별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핵융합으로 생기는 에너지가 광자로 변해 주위 물질에 흡수, 방출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끈질기게 표면으로 올라오는데 태양과 같은 항성의 경우 중심핵에서 출발한 광자가 표면층까지 도달하는 데 대략 100만 년 정도가 걸린다.

표면층에 도달한 최초의 광자가 넓은 우주 공간으로 날아갈 때 비로소 별은 반짝이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스타 탄생이다.

지금 하늘에서 우리를 비추고 있는 태양도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것이다.

아기별 태양은 생후 5천만 년 동안 계속 성장하면서 주변의 가스와 먼지를 모아 강렬한 열과 방사를 내뿜었다.

그리고 주위의 물질을 삼키면서 점차 규모를 키워간다.

태양이 커짐에 따라 분자운은 계속 붕괴되고 “별 주위에 원반이 형성돼 태양을 중심으로 점점 팽창하면서 편평해진다”고 허그하이푸어는 덧붙였다.

이런 과정이 진행되면서 이윽고 태양 성운은 젊은 별을 공전하는 원시 행성 원반이라는 편평한 구조가 됐는데, 이 원반은 무려 수백 천문단위(AU)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였지만 두께는 그 폭의 10분의 1에 불과했다.

그 후 수천만 년 동안 원시 행성 원반의 먼지 입자는 부드럽게 소용돌이치며 때때로 부딪히면서 밀리미터 크기의 알갱이가 됐고, 그 알갱이는 다시 센티미터 크기의 자갈이 됐고, 자갈은 충돌, 합병해 계속 우주 암석을 만들어갔다.

결국 원시 행성 원반에 있는 대부분의 물질은 서로 달라붙어 거대한 물체를 형성하기에 이르렀는데, 그 중 일부는 몸을 충분히 키운 나머지 중력이 지배적인 힘으로 작용한 자신의 몸을 공처럼 둥글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것이 바로 행성, 위성, 큰 소행성이다.

규모를 키우는 데 실패한 우주암석은 울퉁불퉁한 위성이나 소행성, 혜성처럼 불규칙한 형태가 됐다.

이러한 천체들은 크기는 다르지만 이들이 태어난 같은 원반 평면에 머물게 되었고, 이러한 이유로 오늘날에도 태양계의 8개 행성을 비롯한 태양계 가족들은 거의 같은 공전면 위에서 태양 주위를 돌게 된 것이다.

서울신문 게재)